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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다음 날, 전날 밤의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만취성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필름이 끊긴’ 상황에서 누군가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면 억울함과 당혹감을 넘어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것이 당연한데요.
이때 많은 분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것입니다.
1. 기억이 안 난다는 진술, 왜 위험한가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의 진술은 혐의를 방어할 수 있는 무기와도 같은데요.
무기라는 건 잘 써야 도움이 되는 것이지,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됩니다.
기억이 안 난다는 진술이 왜 위험한지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박할 기회를 상실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싫다고 했는데도 억지로 만졌다"고 주장할 때 여러분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맞서 싸울 수조차 없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수사기관은 상대방의 일방적인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하는데요.
수사관이나 재판부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하거나
최소한 자신의 잘못일 가능성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저 기억이 안 난다고만 하니 뉘우침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혐의가 인정될 경우,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소가 됩니다.
기억이 안 난다는 진술은 혐의를 벗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할 뿐입니다.

2. 주취감경에 대한 오해
과거에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받아 형이 감경되는, 이른바 주취감경이 적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엄격해지고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자의로 술을 마시고 저지른 성범죄에 대해 주취감경을 인정하는 경우는 사실상 사라졌는데요.
성폭력처벌법 제20조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범한 때에는 형법상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스스로의 의지로 만취 상태에 이르렀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본인에게 있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음주 상태였다는 사실은 감형 사유가 될 수 없고요.
오히려 술을 핑계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부정적인 인상만 주어 진술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3. 준강제추행으로 전환될 수 있는 이유
만취성추행 사건은 일반 강제추행이 아닌 준강제추행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제추행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사람을 추행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
두 사람 모두 만취한 상황이었다면 피해자 역시 음주로 인해 정상적인 의사 표현이나 물리적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수사기관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했다고 판단하고 준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데요.
두 죄는 처벌 수위가 같지만 준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까다로운 요건 없이도 성립하므로
가해자 입장에서는 혐의를 방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4.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기억이 나지 않는 암담한 상황에서 억울하게 고소당했다면 감정적인 대응을 멈추고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
비록 기억은 없더라도 그날의 행적을 되짚어 보며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함께 있었던 지인들의 증언, 술집이나 노래방 등의 CCTV 영상, 카드 결제 내역, 택시 탑승 기록 등을 통해 당시 상황을 최대한 복원해야 합니다.
술자리가 파한 후 두 사람이 합의 하에 함께 이동했다는 정황, 스킨십 과정에서 상대방이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는 목격자 진술 등은 혐의를 방어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혐의를 인정해야 하는 경우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다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와의 합의를 시도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적절한 피해 보상을 통해 처벌불원서를 받는 것이 실형을 피하고 선처를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다만 가해자가 직접 연락하는 것은 2차 가해로 비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법률 대리인을 통해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합니다.

만취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면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하되 확보 가능한 모든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사실관계를 재구성하여
자신의 입장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주장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진행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사건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