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환경의 발달로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동시에 디지털 성범죄의 위험성 또한 커지고 있는데요.
온라인을 통한 음란물구매 행위는 법적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해 형사 입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단순히 구매해서 혼자 보는 것도 죄가 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계시지요.
이는 어떤 종류의 음란물을 구매, 소지, 시청했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등장인물이 성인인 일반 음란물과 아동·청소년인 성착취물(이하 아청물)은 법적으로 다르게 취급되기 때문입니다.
본문에서는 각 유형별 법적 기준을 명확히 구분하고 아청물 소지 혐의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은 무엇인지 법리적 관점에서 설명하겠습니다.
1. 성인 음란물, '소지'는 불법이 아니나 '유포'는 범죄
현행법상 성인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금전을 지급하고 구매하여 개인적으로 소지 및 시청하는 행위 자체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즉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소비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공유 또는 배포 행위에서 발생하는데요.
구매한 성인 음란물을 타인에게 전송하거나 P2P 사이트, 웹하드 등에 업로드하여 불특정 다수가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하는 행위는 형법상 ‘음화반포죄’에 해당합니다.
이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되는 범죄인데요.
대다수의 P2P 프로그램이 다운로드와 동시에 업로드가 이루어지는 구조이므로 자신도 모르게 유포자가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2. 아청물, 단순 구매·소지만으로도 1년 이상의 징역
성인물과 달리, 아청물은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에 의해 매우 엄격하게 규제됩니다.
아청법 제11조 제5항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소지·시청한 자를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벌금형 없는 징역형
아청물 소지죄는 법정형의 하한선이 징역 1년으로 정해져 있으며 벌금형 선택지가 아예 없습니다.
소지만으로도 문제
유포나 판매가 아닌, 단순히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보관하는 소지 행위만으로도 처벌 요건이 성립됩니다.
구매 행위는 소지를 위한 전 단계이므로 아청물의 경우 단순 음란물구매 행위만으로도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N번방 사건 이후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아청물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초범이라 할지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급증했습니다.
‘아청물에 대한 수요 자체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범죄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라는 인식이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3. "아청물인지 몰랐다”는 말, 통할까?
"다운로드받을 당시에는 아청물인지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고의가 없었으므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주장의 요지입니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재판부에서 이러한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형법상 ‘고의’는 확정적인 인식뿐만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인식하면서도 행위를 감행하는 ‘미필적 고의’를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아청물 인지 여부에 대한 미필적 고의는 다음의 객관적 정황을 통해 판단됩니다.
파일명 및 폴더명: 파일이나 폴더의 이름에 ‘중딩’, ‘고딩’, ‘17세’ 등 미성년자를 암시하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지
판매 게시물의 내용: 다운로드한 웹사이트의 게시물 제목이나 설명에 아동·청소년을 연상시키는 문구가 있는지
콘텐츠의 내용: 영상의 썸네일이나 내용상 등장인물이 교복을 입고 있는지 (혹은 외관상 미성년자로 인식되는지)
만약 위와 같은 정황 중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확실히는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수사기관은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했다'고 보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니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해당 파일을 내려받은 경로와 당시의 객관적인 상황을 근거로
아청물임을 전혀 인식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어떤 웹사이트에서 음란물구매가 이루어졌는지, 당시 어떤 키워드로 검색했는지 등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됩니다.
음란물구매 행위의 법적 책임은 구매 대상이 성인이었는지, 아동·청소년이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청물은 단순 소지만으로도 실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이며 몰랐다는 진술만으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섣부른 대응은 음란물구매 혐의를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혐의에 연루되었다면 수사 초기 단계부터 법적 쟁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객관적 증거에 기반하여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